폐지 줍는 노인을 마주한 뒤 소셜벤처를 설립하기까지

 

사회문제해결을 위해 창의적으로 고민하는 사람, 러블리 페이퍼 기우진 대표

 



  주택가의 골목부터 아파트 단지, 혹은 시내 한 복판의 도로가.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도시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는 광경 중 하나입니다. 한 매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의 65세 고령인구 657만 명 중 폐지 수거하는 노인은 약 170만 명, 무려 전체의 1/4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그 모습에 우리는 어떤 의문이나 걱정 없이 그저 도심의 흔한 풍경으로 받아들일 뿐입니다. 그들은 어떤 이유로, 왜 거리에서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그리고 여기, 의문을 가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의문은 발견이 되었습니다. 리어카 위에 쌓인 잿빛 폐지더미에서 아름다운 컬러의 글씨와 그림을 떠올린 그는 결국 소셜 벤처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폐지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다시 그 수익금을 노인들에게 전달하는 회사, 러블리 페이퍼의 기우진 대표입니다. 단순한 업사이클링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노인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 그를 만나 참사람의 가치를 들어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우진 대표님, 반갑습니다. '러블리 페이퍼'라는 소셜 벤처 설립을 통해 폐지 줍는 노인 분들의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계십니다. 단순히 문제를 의식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인 해결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계세요.

 

러블리 페이퍼를 설립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3년 여름이었어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던 시기였습니다. 가는 곳마다 그 분들이 보였으니까요. ‘어떤 이유로 이렇듯 박스 줍는 노인 분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이 더해지던 중, 출근길에 한 어르신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손수레 하나 없이 폐지를 머리에 이고, 또 허리에 둘러메고 가파른 오르막길을 힘겹게 오르고 계시더라고요. 그 열악한 모습에 마음이 움직였어요. 단순히 의문을 가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겨보자는 강한 동기가 들었죠.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할 지 난감했습니다.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꾸려 나가시는 어르신들의 삶도 복잡하지만, 폐지를 돈으로 환원하는 구조 또한 굉장히 복잡했어요. 대기업의 상술과 불공정 거래, 국제 원가의 영향, 중국의 수입원지 등 너무나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되어있더군요. 하지만 어르신들은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고 계시죠. 그저 수거해서 주는 만큼 받는, 어떤 정보도 없고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위치잖아요. 이 분들이 받는 대가가 과연 정당한 대가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세 가지 방법으로 접근해보자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사회나눔적 접근, 경제적 접근, 정책적 접근을 고민했습니다. 먼저 사회적 나눔의 일환으로 문제에 다가갔어요. 우리 주변의 폐지를 모아서 돈을 벌어 어르신들을 돕자는 심플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굿페이퍼’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청소년, 청년들과 함께 ‘종이나눔운동’을 전개했습니다. 학원, 학교, 관공서, 교회 같은 곳들과 협약을 맺고 대량으로 폐지를 수거하기 시작했어요. 수능이 끝난 직후에는 학교 한 곳에서 문제지 등의 폐지가 5~6톤씩 걷어지기도 합니다. 이를 팔면 5~60만 원 정도의 돈이 나와요. 이 돈으로 어르신들에게 방한복 등의 물품지원과 생계비 지원으로 활용했죠. 손쉽게 할 수 있는 기부였기에 꽤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졌고 지금도 월 1회 인천 시내를 돌면서 대량의 폐지를 수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활동을 하면서 어르신 한 분 한 분과 관계를 맺기 시작했어요. 직접 거리로 나가 어르신들과 접촉하고, 저희 단체에 대해 설명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색안경을 끼고 소통을 거부하는 어르신도 계셨지만 손주 같은 청소년과 청년들이 다가가 이야기를 하면 그래도 이내 경계를 풀고 따듯하게 들어주시더군요. 조금씩 친해지면서 어르신들 집까지 방문할 수 있게 되었고, 생활환경을 체크하여 어떤 부분을 필요로 하는지 알고 이를 지원하는 활동이 가능해졌어요. 이렇게 사회나눔적 접근으로는 굿페이퍼 운동을 통해 이슈를 만들고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어르신들을 돕는다고 해도 폐지 가격이 떨어지면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지원 규모 또한 축소되는 거잖아요. 폐지는 한 번 가격이 떨어지면 잘 오르지 않거든요. 어르신들의 낮은 수입에 정당한 대가를 부여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구 끝에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어요. ‘어르신들에게 폐지를 고가에 사올 수 있다면, 그래서 이것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판 후 수익금을 다시 어르신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런 비즈니스 구조를 세운 후 폐박스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지 자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공’이라는 작가의 블로그에서 폐박스로 캔버스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었어요. 꽤 쉽고 간단하게 만들 수 있었고 캔버스 특성 상 활용도가 무궁무진했죠. 폐박스로 캔버스를 만들어서 예술작품을 만들어 판매하자는 구체적인 발상이 떠올랐고 이후 굿페이퍼 활동을 전개하던 친구들과 ‘러블리 페이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가들의 지원이 필요했을텐데요.

  재능기부를 받았어요. 페이스북 등 SNS로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그림을 그려줄, 또는 멋진 캘리그라피를 제공해줄 작가를 모집했죠. 호응은 굉장했어요. 4시간 만에 150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었거든요. 3개월짜리 프로젝트로 계획을 했는데 재능기부자들이 너무 많아서 단기간에 소화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결국 1년으로 프로젝트 기간이 늘어났고, 사회적 경제 활동을 하고 계시던 분들이 이 프로젝트를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라는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언더독스의 문성화 이사의 조언으로 한국과학창의재단 주최의 영챌린지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되었고 그 인연으로 한국창의과학재단과 함께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에 이야기를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소셜 벤처 경연대회의 사전 선발 제도를 통해서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발 되어 성장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적 나눔 접근과 경제적 접근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책적 접근에 힘을 쏟고자 합니다. 작년에 서울시 ‘시민 시장실’에 패널로 초청되어 관련 정책에 대해서 듣고 제안도 해드렸어요. 또한 인천 시의원 분을 만나 폐지 줍는 어르신을 위한 조례안 제정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고 올해 조례안이 실제 발표가 되었어요. 이번 조례안을 계기로 적절한 정책들을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세부 시행 제안사항 등 준비 중에 있습니다.

 



 

▲     ©러블리 페이퍼 작품 사진


왜 하필 ‘폐지’일까요? 폐지라는 아이템이 가진 특수성이 있나요?
 

  무엇보다도 쉽게 구할 수 있어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폐지 재활용 1위 국가입니다. 아주 어린 친구들조차 종이는 절대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아요. ‘종이는 재활용을 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의식이 사회적으로 다들 공유되어 있거든요. 알아서 척척 따로 모아놓고, 분류해서 적재하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요. 저 또한 집에서 분리수거를 하면서 폐지를 모아서 버렸는데 어느 순간 이것을 팔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실제로 팔아도 보았고요. 지금은 캔버스 제작에 주력하고 있지만 다양성에 대한 여지는 있습니다. 물리적 가공 외 화학적 가공을 고려해볼 수도 있고요. 다만 공장 형태로 규모의 경제 실현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러블리 페이퍼의 비전은 하나의 나눔과 예술이 만나는 ‘소셜 아트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해 지극히 단편적인 모습만 알고 있잖아요. 그 분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생활은 어떤지 이야기를 부탁드립니다.

  사실 폐지 줍는 어르신에 대해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습니다.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170만 명이라는 수 또한 주먹구구식 조사를 통한 추론에 불과해요. 이 분들이 기초수급자인지, 차상위계층인지, 전세에 거주하시는지, 월세에 거주하시는지 등 소득수준과 생활환경에 대한 통계 또한 전무하고요. 때문에 지원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굉장히 모호한 사건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지원을 위해 찾아 갔는데 재산 규모가 준수한 분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분은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할 만큼 생계가 곤란한 분도 계시고요.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어르신들이 폐지를 줍는 행위 자체만 보면 안쓰럽죠. 하지만 그 분들의 삶 깊숙이 들어가 보면 다양한 모습들이 존재하거든요. 이를 역으로 이야기하면, 그 분들의 다양한 삶을 우리 사회가 한 번도 관심을 같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최근 발의된 인천시 조례안에 이러한 실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만난 어르신들은 극빈층은 일부이고 대부분은 최소한의 자산은 있으신 분들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폐지를 수집하면 가격이 좋을 때에 맞춰 한 번에 판매해야하기 때문에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거든요. 때문에 좁은 월세보다는 여유 공간이 있는 전세를 선호하시죠. 물론 보증금 2천만 원 수준의 낙후된 지역이기는 하지만요. 또한 자녀가 있음에도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가족으로부터 고립된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하다못해 가정에 형광등 바꾸는 소소한 일조차 저희가 도움을 드리곤 했어요. 그리고 이 분들이 폐지를 모아 돈을 버시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현금이 필요한 거예요. 물론 생계비나 의료비로 지출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이외 헌금이라든지 경로당에 가서 동년배 친구 분들과 고스톱을 치기 위해서라든지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이런 활동들이 이 분들 삶에는 아주 중요한 여가거든요. 집에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가고 싶고, 소통하고 싶으신 거예요. 폐지 수거하는 어르신들에게 단순히 ‘빈곤’이라는 키워드 하나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전반적인 노인복지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어요. 복지의 개념을 단순히 의료지원, 생계지원에 한정해서는 부족합니다. 지금과 같은 100세 시대에 그 분들은 아직도 20~30년의 삶이 더 남아 있는 거잖아요. 물론 기본적으로는 생계지원이 우선되어야겠지만, 여가에 대한 지원 또한 간과해서는 안되는 문제죠, 러블리 페이퍼는 ‘노동시간을 여가시간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생애 남은 시간을 노동으로만 채우지 않도록, Well-dying으로 가실 수 있게 도와드리고 싶어요. 경제적 결핍부터 정서적 결핍까지, 어르신들 개개인의 사정이 모두 다르고 결핍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이야기하죠. <의식주에 ‘감’을 더해라.> 감까지 더불어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희생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을 잘 모르세요. 그 분들의 삶이 조금 더 즐거울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     © 종이를 기부하는 동인천고 학생들

 

폐지 수거하시는 어르신들의 노동환경이 굉장히 위험하게 보입니다.

  리어카는 인도로 갈 수가 없거든요. 인도 자체가 워낙에 좁은데다 행상이나 가판대가 많으니까요. 결국 아스팔트로 내몰리게 되는데 사건 사고가 정말 많아요. 특히 해가 진 뒤에는 사고 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에 저희는 야광조끼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안전 관련해서는 저희 외에 다른 단체에서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어요. 리어카에 형광 스프레이를 뿌려주시거나 반사판을 달아주는 분들도 계시고, 낮 시간 동안 태양열로 충전한 후 밤부터는 빛을 내는 안전리어카를 만들어 보급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단체의 성격과 주목하는 문제의식 등 각자 역량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급적이면 다른 단체들과 중복 되지 않는, 러블리페이퍼만이 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로 어르신들의 여가활동에 초점을 두고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 분의 할머님을 돕더라도 그 분의 인생이 더 아름답고 가치 있으며 재밌는 삶이라고 느끼실 수 있도록 하고 싶고, 그런 도움을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러블리 페이퍼가 지향하는 지원은 한 분 한 분과 관계를 맺고 정서적 스킨십을 제공하는 것이겠네요. 노하우가 없는 다른 단체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니까요. 지금처럼 어르신들과의 친밀감 확대에 크게 공헌한 청소년들은 지금 대표님이 교사로 계신 대안학교의 제자들인가요?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는 친구들은 졸업생을 포함해서 저의 제자들이 많아요. 입학부터 졸업까지 담임교사인 저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러블리페이퍼 활동에 참여시키게 되었죠. 학생들과 다양한 일을 벌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대안학교가 있어서 행복한 마을 만들기’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사실 대안학교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을 주민 분들이 달가워하지 않는 경우가 있죠. 문제아들이 다니는 학교라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자주 해요. “나는 대안학교가 있어서 이 마을이 행복하면 좋겠어.”라고 말이죠. 러블리페이퍼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소셜 벤처니까 이와 연계해서 청소년들이 어르신들과 함께 여가를 보내고 공연도 보여드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굉장히 잘 도와줘요. 이번에 사무실 이사도 전부 학생들이 도와주었구요, 러블리페이퍼 활동이라면 항상 적극적으로 나서줘서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아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잖아요. 대표님만의 노하우가 있을까요.

  막무가내로 도와달라고 하지는 않고요, 저도 아이들 눈치를 봅니다(웃음). 무엇보다 신뢰인 것 같아요. 제가 푸른꿈비전스쿨의 개교 멤버이거든요. 워낙 오랜 기간 학교 살림을 도맡아 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왔어요. 은연 중 아이들 사이에서 ‘기쌤은 일 벌이는 것을 좋아하고 수습도 잘 하는 사람’이라는 신뢰가 쌓인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진로 진학을 담당하고 있다 보니 러블리페이퍼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앞으로 너만의 비전을 정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독려하기도 하고요. 

  제자 중 한 명이 가정형편이 정말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회사로 와서 일하면 보수를 주겠다고 했죠. 굉장히 반기더라고요. 강압성은 전혀 없어요.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강압적으로도 해봤죠. 의욕과 활기가 넘치는 나이이다 보니 이것저것 해보려고 나섰는데 학생들이 잘 안 따라주더군요. 어느 순간 ‘나는 이만큼 하는데 너희는 왜 이 정도밖에 못 따라오니?’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때 느낀 것이, 결국에는 내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더라고요. 조금 더 힘을 빼고, 아이들 눈높이에서 함께 움직이는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대안학교의 교사가 되자는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너무 좋아했어요. 종교적인 이야기지만, 하나님을 처음 믿었을 때 가졌던 비전이 하나님을 믿는 자녀들을 양육하는 학교를 세우자는 거였어요. 때문에 청소년을 알고 싶어 복수전공으로 청소년지도학을 공부하고, 우연찮게 대안학교를 세우는데 참여하게 되었어요. 2010년 당시 푸른꿈비전스쿨의 교장선생님께서 공립학교 아이들 및 홈스쿨 아이들 60여명정도와 함께 독서 학교를 운영하고 계셨어요. 그런데 이 곳에서 계속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있어 전일제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2011년에 점점 친구들이 늘어나자 결국 학교를 세우게 되었고, 교장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제가 담임교사로 참여하게 되었죠. 2010년부터 주말마다 아이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봉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지금은 서른다섯 명의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어요. 일반 학교를 나오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 같아요. 자기의 꿈과 비전을 찾아서 원하는 교육방식을 선택하고자 하는 아이들이 많거든요. 

 

교사와 사업가라는 두 가지 직업인의 균형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균형을 잡고 있어요. 소셜 벤처도, 대안학교도, NGO 활동도 교육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모두 하나로 연결 될 수 있거든요. 교육은 끊임없이 흐르는 성질을 가지고 있잖아요. 나에게서 제자로, 다시 제자에게서 누군가에게로. 이렇게 정체 되지 않고 흐름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니까요. 저의 활동 모두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확산이 중요하고,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고, 의미가 있어야하고. 교육을 가운데 두고 소셜 벤처(러블리 페이퍼)와 NGO단체(굿 페이퍼)와 학교(푸른꿈비전스쿨)를 놓으니까 하나로 연결 되는 경험을 했죠.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함께 사회적 기업을 찾고 방문해서 견학을 했어요. 이로 인해 사회적 기업가를 꿈 꾸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이 친구들과 함께 공모전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NGO 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꿈인 친구들과는 굿페이퍼의 활동 현장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돕고, 나눔교육을 같이 이수했죠. 그 중 한 명은 (사)나눔국민운동본부에서 직접 자신의 사례발표까지 했어요. 이렇듯 저의 활동을 교육으로 한데 묶고 교육으로 연계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 또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에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이 바로 인력이거든요. 그런데 저는 이 고민을 우리 학생들 도움을 통해 많이 풀었어요. 이 친구들 또한 러블리페이퍼와 굿 페이퍼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험치를 쌓게 되고요. 훌륭한 교육적 가치를 담은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것 가체가 애들한테 좋은 교육이 되거든요. 이렇듯 교육으로 연결하니까 균형을 잡는데 어렵지는 않았어요. 

 

결국 대표님은 교육자이었기에 러블리 페이퍼라는 소셜 벤처의 창업도 가능했던 거로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3년정도 나눔교육연구소 전성실 대표님을 통해 나눔인문학 공부를 함께 하며 나눔을 공부해왔습니다. 러블리페이퍼, 굿페이퍼 활동 초기 그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러한 나눔의 가치들을 교육을 통해 확산시키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거죠. 서대문구종합복지관 나눔교육 강의 중 만난 이화여대 학생이 자연스럽게 굿페이퍼 활동을 함께 하게 되었고 러블리페이퍼의 시작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이 러블리페이퍼의 동기가 된 셈이죠. 역시나 러블리페이퍼 또한 나눔교육 서비스를 내포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렇듯 저에게는 항상 ‘교육’이 화두이자 핵심 콘텐츠예요.



 

 

현재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 중이신데, 다른 지역으로 확대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확산에 대한 의지는 있어요.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경제의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서 어엿한 구조를 갖추고 난 후에 진행하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매출 등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정들이 남아있죠. 몇 차례 매체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제안들이 오고 있습니다만 번번이 거절하고 있어요. 저희가 하는 일들이 자본 중심보다는 가치 중심의 시장이기 때문에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를 잘 이해하고 계시는 분들과 함께 해야 하거든요. 먼저 인천 내에서 확고한 기반을 마련하고 확산은 그 다음에 고민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이유는, 인천이 광역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기업의 불모지예요. 좋은 아이템과 훌륭한 인재가 있어도 워낙 서울이 가깝기 때문에 전부 흡수당하죠. 체계와 지원이 잘되어있으니까 아무래도 몰릴 수밖에 없거든요. 주변에서도 서울로 옮기는 게 어떻겠냐는 조언을 많이 하는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지방 자치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역 발전이 더딘 이유가 인재들이 모두 서울로 집중되기 때문이잖아요. 저에게 러블리 페이퍼 활동은 '내 고향', '우리 마을'을 발전시키고 변화시키고 싶은 사명감이기도 해요. 

 

우리사회의 다양한 사회 문제 해결에 사회적 기업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회 문제에 경제적 요인이 결부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자본주의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다른 문제들이 불거졌고 해결이 어려웠잖아요. 그래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개념이 바로 사회적 경제입니다. 사회적 경제가 자본시장으로부터 생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출발점이 되었죠. 때문에 사회적 기업이 좋은 대안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에 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점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지나치게 정책적으로만 접근을 시도하거든요. 사회적 기업이 몇 개 있고, 종사자는 몇 명이고, 일자리 창출효과가 어떻게 되고, 이런 문제들만 생각하죠. 자연스레 그런 기대효과를 발휘하는 사회적 기업들만 혜택을 누리게 되거든요. 이런 문제점이 고착화되면, 특정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나라의 정책에 의해 변질 될 우려가 있어요. 고용 창출 등의 경제 효과를 문서로 보여주는데 급급하다보니 사회적 문제해결이라는 본연이 퇴색되기 마련이죠. 사회적 경제는 그 자체로 별도의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사회적 경제가 일자리 창출 영역 산하에 있거든요. 이렇게 되면 사회적 경제 안에서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할 것인지가 핵심이 되어버리니까요. 그러면 일자리 창출 대신 다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게 목적인 기업은 힘이 빠지거든요. 평가 잣대를 일반 영리기업과 동일하게 적용하면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이 사회적 기업이 얼마나 가치 중점적으로 노력하고 있는가, 어떤 소셜 임팩트를 제시하는가,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     © 러블리 페이퍼 작품 사진

 

 

우리 주위에 만연한 사회 문제 해결에 조금이나마 변화를 불러오고자 한다면 먼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문제에 대한 문제 인식이 없는 게 문제죠. 관점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관점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경험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독서와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 프로젝트 참여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한 직접 경험 등. 하다못해 학교를 가는 그 짧은 동선도 다양하게 활용해 볼 수 있어요. 버스만 타지 말고 자전거도, 도보로도 가보는 거죠. 분명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거예요. 관점이 바뀐 상태에서 보는 것들은 새로운 관심들을 불러일으킵니다. ‘왜?’ 라는 질문을 가지게 되고요. 관심이 있는 상태에서 계속 문제에 노출되다보면 행동에 대한 의지가 생겨나거든요. 바로 그때 시도하는 게 중요해요. 저는 이것을 ‘문제와 내가 관계를 맺는다’라고 표현해요. 그 관계에 대해 계속 고민하다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테고요. 바로 ‘관계회복’이죠. 나라는 한 개인을 중심으로 주변의 사람과 사물을 이웃이라고 생각했을 때, 관점을 바꾸기 전에는 사실 이들과 관계가 끊어져 있는 상태거든요. 하지만 관점을 바꾸는 순간 다시 관계가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항상 관점, 관심, 관계의 ‘3관왕’을 생각하라고 이야기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러블리 페이퍼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마을의 잉여’라는 계층을 생각하고 있어요. 노동에 대한 의지는 있지만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러블리 페이퍼와 함께 하는 거죠. 바로 폐지 줍는 어르신, 학교 밖 청소년, 경력단절 여성입니다. 모두 제 삶과 모두 연결된 분들이에요. 봉사활동으로 만난 어르신들, 대안학교 교사로서 함께 하게 된 학교 밖 청소년들, 육아와 함께 경력 단절을 겪게 된 제 아내와 아내의 친구들까지. 이 세 계층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전순환적 플랫폼을 완성시키고 싶어요. 최근 러블리 페이퍼는 마을의 경력 단절 여성분들에게 캘리그라피 등의 작품 활동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로부터 고가에 폐지를 구입해 캔버스를 만들고, 경력 단절 여성분들을 작가로 육성해서 작품을 탄생시키며, 이 재생산 과정의 요소요소에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바로 러블리페이퍼 2.0입니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러블리페이퍼 3.0은 단순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보다는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가치를 공유하는 소셜아트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일종의 기부플랫폼의 기능을 담고 있어 재화의 생산과 판매보다는 재화의 중개(교환)를 통해 기부를 하는 개념이죠.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부터 사회 문제 해결에 대한 대표님의 의견까지, 뜻 깊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대표님이 생각하는 참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참사람은 ‘가치와 삶이 하나 되게 부단히 애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가치들이 있는데, 그 좋은 가치를 내 삶에 적용하면서 살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애써야 하거든요. 물론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넘어지기도, 다치거나 실패하는 순간들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끝까지 놓지 않는 사람, 아름다운 가치를 내 삶에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진정한 참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주위에는 긍정적 변화를 기다리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그 문제들을 인식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관점을 바꾸면 문제가 보이고, 관심을 가지면 의지와 방법이 생긴다는 기우진 대표의 말은 작은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길로, 내일은 매일 만나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을 만나 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타인으로부터 제공받은 간접 경험과 나 자신이 체득한 다양한 직접 경험이 어우러져 새로운 관점을 획득한다면, 문제 인식과 더불어 새롭고 창의적인 해결 방식이 떠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희망이라는 이름의 변화는 아주 작은 시도에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글 : 교보교육재단

사진 : 교보교육재단 / 기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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