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에너지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생각합니다.

재생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통해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꿈꾸는 윤태환 대표

 

 

 

 

국내의 전체 에너지 공급량 중 신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기준으로 불과 5.4%, 그 중에서도 80%이상은 폐기물 소각 등 바이오 연료를 태워서 얻는 것입니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활용은 단 0.47% 정도로 아직 걸음마 수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여기, 더 깨끗하고 안전한 세상을 생각하며 시민에 의한 재생 에너지 발전소 설립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 생태계의 저변 확대부터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입한 에너지 나눔 활동까지, 100% 에너지 자립을 꿈 꾸는 에너지 산업의 '히어로' 윤태환 대표를 아홉 번 째 참사람으로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창의적 아이디어의 발현을 통해 신선하고 재미있는 에너지 나눔 운동을 전개하신 것에 이어, 최근에는 시민에 의한 재생 에너지 투자 사업을 위해 분주하시다고 들었습니다."

 

Q.  현재 <루트 에너지>의 대표 자리에 계신데요, 어떤 배경에서 창업을 하시게 되셨나요?

원래 창업하기 전에는 재생 에너지 연구원으로 일을 했었어요. 제가 공부하던 덴마크처럼 시민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이뤄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정치나 시민사회가 아니라 좀 더 독립적이고 효과적인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Q. 실제로 UN 산하기관에서 전문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어요.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두고 창업을 하시는 데에 큰 결심이 필요하셨을 것 같은데요.

창업하시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것 같아요. 직장 혹은 사회 경험을 바탕으로 전문성을  갖고 계시다가 자신이 꼭 해결해야 되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방향을 비즈니스로 잡으시는 분들이 창업을 하세요.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 커리어는 굉장히 일관적인 편입니다. 환경 컨설턴트부터 재생에너지 연구원까지 에너지/환경 분야에 집중 되어있고, 아직 다른 분야는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기여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건전한 비즈니스로 이 역할을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Q. 스타트업을 이끄시면서 가장 힘드셨던 게 어느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초기 기반이 없었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부모님도 선생님이셨고, 주변에 창업자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죠.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창업을 고민하며 1년 정도 덴마크 자취방에서 혼자서 준비했습니다. 몇 권의 노트를 채워가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사업 여건 등을 조사하고 공부했죠. 그리고 한국에 왔고,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모든 것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죠.

처음 2년 동안은 급여도 없이 지금까지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으며 회사를 운영했어요. 아무런 실적도, 네트워크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고객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서 다양한 분야의 창업을 준비하는 동지들을 알게 되어 좋은 관계를 맺고, 이들로부터 다시 개발자 등 여러 전문가들을 소개받으며 혼자 맨땅에 헤딩을 할 때보다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엔 ‘나는 비전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고, 세상을 바꿀 것이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니 좋은 인연들이 생기더라고요. 또 말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다 보니까 굳게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기고요.

▲     서울에너지공사 옥상에 위치한 루트에너지의 태양광 발전기

Q. 좀 더 전문 분야 쪽으로 질문을 드려볼게요. 덴마크에 계시던 중 한국과 다른 점을 발견하셨다고 하셨는데요. 덴마크에서 재생 에너지가 발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덴마크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재생 에너지 사업은 일관된 에너지 정책으로 유지가 됩니다. 정치에 좌우되지 않고 꾸준히 확대되어왔어요. 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해 이미 사회적으로 합의를 봤기 때문이죠. 핵심은 한국과는 다른 에너지 전환 과정이에요. 덴마크에서 에너지 전환을 처음 시작한 주체, 그리고 이렇게 굳건한 생태계를 만든 이들은 바로 시민들입니다. 시민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가장 먼저 주는 정책'과 그 정책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덕분이었죠.

 

Q. 산업이 시민을 기반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탄탄히 이어질 수 있던 건가요?

네. 시작은 1970년대였어요. 덴마크는 70년대에 두 번의 석유 파동을 겪고 난 후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이 사회의 화두였거든요. 같은 시기 한국이나 일본은 핵 발전소를 지었지만, '지속 가능한 에너지가 아니다.'고 이야기하는 많은 전문가들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되었죠. 그때 대안으로 제시된 게 풍력 에너지였습니다.

덴마크는 우리나라와 같이 지하자원이 전혀 없어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지만, 풍속이 1.5~2배 정도 강한 좋은 자연자원이 있었어요. 이걸 이용하기로 한 거죠. 이때 덴마크는 독특하게 시민들의 투자를 유도해요. ‘농한기 때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농장에 발전소를 짓고, 농부들이 투자하게 만들어서 발전소의 주인으로 만들자. 그리고 적정 수익률을 보장해주자.’는 정책이 나오게 되죠. 또, 그 당시 최대 낙농기계 제조 회사였던 베스타스(Vestas)에 풍력 발전기 제조를 위한 R&D 자금을 지원했어요. 이것을 기회로 베스타스는 전세계 해상 풍력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는 세계 1위 기업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풍력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덴마크 전체 GDP의 8~9%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가 되었죠.

 

Q. 그렇다면 한국의 재생 에너지를 바라보는 시각은 덴마크와 어떻게 다른가요?

우리나라의 접근 방식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우리는 탑다운, 보통 ‘낙수효과’라고 하죠. 정부와 공기업 주도로 대규모 사업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요. 그들이 큰 사업을 하면 아래 작은 중소・중견 기업들이 더 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물론 실패한 접근이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또한 에너지 산업의 가장 상류(Up-stream)에 해당하는 제조업과 엔지니어링 위주로 사업이 대부분 이었고, 하류(Down-stream)의 ‘서비스’ 산업은 거의 발전하지 못했죠.



Q. 그럼 지금 <루트 에너지>가 주로 이용하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인가요?

하나의 통로가 되는 거죠. 저희는 만 18세 이상 일반 시민이라면 누구나 10만원 소액부터 투자할 수 있고,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직-간접적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실 저희가 창업을 시작했던 2013년까지만 해도 크라우드 펀딩은 매우 생소한 개념이었어요. 당시 덴마크에서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시민들의 투자가 이루어져 있었는데, 이것에 IT 기술과 금융 기술을융합한 것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죠. 하지만 이 플랫폼이 루트에너지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지역 기반의 시민 참여형’ 사업입니다. 

 

Q. 지역 시민 참여를 기반으로 ‘양천햇빛공유발전소’ 상품을 런칭하셨어요. 무려 55분만에 투자가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주요한 원인은 안정적인 수익률인 것 같아요. 워낙 시중 금리가 낮잖아요. 은행에 돈을 입금해두는 것처럼 안정성이 높으면서, 태양광 발전소 투자라는 상품이 신선하고 또 재미있게 다가오셨던 것 같아요. 또, 저희가 이 상품을 꽤 오랫동안 준비해왔는데 그 동안 쌓여왔던 네트워크가 투자 유치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긴 시간 지역 주민들께 발전소를 알리고 홍보해왔거든요. 주민들도 많이 참여해주셨습니다.

 

Q. 지역민 참여형태의 발전소라는 게 낯선 개념이잖아요. 어려움이 많을 듯 합니다. 

많이 알려진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커요. 사용되지 않는 부지들은 도시보다 농촌에 많거든요. 어떤 정보 공유나 이해가 전제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설득이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한번은 어떤 어르신이 태양광 발전기가 태양 에너지를 다 빨아들여서 농작물이 시들하다고 화내신 적도 있었어요(웃음). 

그래서 농협은행과 같은 시중 은행, 또는 공공기관과 협력 해서 상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함께 하려고 해요. 또, 다양한 홍보 전략을 세워서 저희 회사는 물론 재생 에너지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다음으로 계획하고 계시는 사업이 있나요?

  지금 클로징 단계인데요, 한국전력공사가 소유하고 있지만 사용하지 않는 유휴부지를 임대해서 발전소를 짓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어요. 특히 변전소 뒤에 여유공간이 많은데, 이곳을 활용해서 우대 금리를 드리는 방식으로 부지 인근 지역 주민 분들과 함께 발전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Q.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전 활동이 에너지 빈곤층 기부로 이어지는 소셜 플랫폼 <에너지 히어로>는 그 발상이 정말 재미있어요.

스탠포드 행동변화연구소에 따르면, 절약된 비용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전제되었을 때 사람들에게 훨씬 많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요. 이러한 연구결과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작한 서비스였습니다. 에너지를 얼마나 절약하는지 ‘인증샷’ 형태로 시민들이 남겨주시면 사진 1장당 1와트 포인트가 기부되는 형식으로 운영되었어요. 하지만 회사 외적인 후원금에 의존하게 된다는 맹점이나 장기적인 파트너를 찾지 못했다는 점 때문에 현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이죠.



Q. 에너지 히어로 덕분에 여명학교 등 많은 에너지 소회 계층에 나눔이 이루어졌어요. 대표님은 에너지 나눔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회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은 항상 계시기 때문에, 그 분들께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태양광 발전소는 한 번 설치를 하면 20년 넘게 계속 전기 요금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재생 에너지가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거든요. 물론 <에너지 히어로>라는 서비스는 중단했지만, 발전소 투자의 일정 수익을 후원하는 방식 등으로 계속 나눔을 이어나가고 싶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 엮어서 동시에 해나갈 수 있도록 하려고 합니다.

 

Q. 대표님, 그리고 <루트 에너지>가 꿈꾸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우리나라가 시민들에 의해 재생 가능 에너지로 100% 자립하는 것입니다. 저는 적어도 2070년 전까지는 가능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백세시대라고 하잖아요? 2070년이면 제가 90대쯤인데 그 때까지 일을 하면 이 비전을 다 이루고 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지금 국가 정책적인 목표가 2030년까지  20%선이거든요. 그런데 너무 낮게 잡은 것 같아요. 충분히 가능하고 조기 달성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Q. 특히 그 비전을 위해 대표님이 이루시고 싶은 미션이 있나요?

누구나 재생에너지의 주인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저희의 미션입니다. 그 미션을 통해 100% 에너지 자립의 꿈을 이루고 싶어요. 결국 재생에너지가 시민들을 위해서 확대되고, 그들이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반복하고 실행함으로써 사회적인 신뢰를 쌓을 것입니다. 

 사회학에는 ‘사회적 규범(Social norm)’이라는 용어가 있는데요, 대략 정량적으로 10만 명 정도가 동일한 목적을 갖고 동일한 행동을 취하면 그게 하나의 사회적 규범이 된다고 해요. 예를 들자면 지금 일회용 컵을 많은 분들이 자제하잖아요. 그러한 관념이 생긴 것도 약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움직였기 때문이거든요. 이것처럼 1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태양광에 투자하시면 그 때는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것이 덴마크처럼 시민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기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에너지를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 '내가 직접 주인이 된다'는 관념이 생기는 거죠. 그걸 만들어내는 게 저희의 궁극적인 목표에요.  

 

Q.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참사람은 무엇인가요? 

더 깨끗한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좋은 환경은 우리의 노력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처럼 간단한 행동부터 재생에너지를 직접 설치하거나 투자하는 것까지 다양한 활동이 가능합니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작은 영웅들의 선행이 모여 세상이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참사람이 아닐까요? 여러분도 오늘부터 바로 참사람이 되실 수 있습니다.



 

 

글 : 참사람 서포터즈 김준섭/김소정

사진 : 교보교육재단/윤태환 루트에너지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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